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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이 사랑했던 할배가 호수에게

자리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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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6,244회 · 좋아요 2,251 · 참여율 8.58% · 2026-08-01 📊 채널 정보 보기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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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이 사랑했던 할배가 호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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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중복을 지나 8월이 시작되는 해탈랜드 산자락을 지나가는 바람소리마저
호수의 신음처름 서늘하게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집을 나간 호수가 돌아오지 않은 지 어느덧 17일.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이제는 손가락으로 날수를 세는 것조차 마음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복잡한 도시의 골목길이라면 어디선가 길을 잃고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작은 희망이라도 품어보겠건만, 이곳은 깊고 험한 산중입니다.

적막한 산속, 차가운 올무에 묶여 홀로 서러운 밤을 지새웠을 녀석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옵니다.
차라리 생각하지 않으려 애써 눈을 감아보지만, 산 그림자가 깊어질수록 녀석의 비명 없는 외침이 환청처럼 산울림이 되어 돌아옵니다.
이제는 그 지독했던 기다림의 끝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비통한 현실을
조금씩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호수와의 인연은 제 삶의 커다란 축복이자, 가슴 아린 애틋함 그 자체였습니다.
5년 전, 녀석의 어미인 해탈이가 숨을 헐떡이며 새끼를 낳던 그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핏덩이로 태어난 녀석을 제 손으로 직접 받아내어 품에 안았을 때의 그 온기,
작고 미약하게 뛰던 심장 소리가 지금도 손끝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호수의 삶은 처음부터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어릴때 일산으로 분양을 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슨 인연인지
다시 파양되어 할배 품으로 돌아왔던 아이였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상처를 입었던 것일까요.
호수는 유난히 성품이 조용하고 온순했으며, 여느 아이들처럼
나서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만히 즐기곤 했습니다.
음식도 아무거나 탐하지 않고 기품 있게 가려 먹고, 약은 어떻게든 안 먹으려
그 까다롭고도 야무진 모습마저 할배 눈에는 한없이 사랑스러웠습니다.

가만히 호수의 깊고 투명한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말없이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듯 깊은 교감이 흐르곤 했습니다.
그 그윽한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이 녀석이 전생에 참으로
깊은 경지에 올랐던 수행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녀석에게는 세속의 번잡함을 떠난 특유의 침묵과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런 호수였기에 곁에 있던 보리 언니와의 관계에서도 늘 자신을 낮추곤 했습니다.
늘 당차고 앞서나가는 보리 언니에게 치여, 보리만 나타나면 살며시 꼬리를 말고 뒤로 물러서서 도망치곤 했던 호수.
그 소심하면서도 착하디착한 모습은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구독자님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보리의 그늘에 가려 늘 얌전히 순응하던 호수의 그 애처로운 뒷모습에서부터,
우리 구독자님들의 특별한 애정과 안쓰러운 사랑이 깊게 뿌리내리기 시작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녀석이 산속에서 길을 잃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날, 보리와 함께 목줄을 찬 채로 집을 나섰다가
보리만 혼자 돌아왔던 그 아찔했던 날이 떠오릅니다.
그때도 호수는 줄이 산속 나무에 꽁꽁 엉켜 움직이지 못한 채, 삼일 밤낮을 홀로 숲속에서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용하게도 부근지인에게 호수의 짖는 소리가 들렸고,
그 고마운 제보 덕분에 녀석을 극적으로 찾아 품에 안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그 목마름에 정신없이 물을 마시던 모습에서 다시는 너를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이번에는 그 어떤 짖음 소리도, 그 어떤 기적도 찾아와주지 않고
있습니다.

호수를 함께 아끼고 자식처럼 사랑해주셨던 수많은 구독자 여러분의 글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갑니다.
댓글창을 채운 염려와 걱정, 그리고 간절한 축원의 마음들…
보리 언니에게 치이면서도 순둥이처럼 굴던 호수를 안쓰러워하며 보듬어주셨던 그 마음들이 글귀마다 묻어나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저 혼자만의 슬픔이었다면 이 묵직한 절망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싶을 만큼,
호수를 향한 여러분의 사랑은 크고 깊었습니다.

5년이라는 세월 동안 겹겹이 쌓인 정은 단순히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파양의 아픔을 겪고 돌아와 할배의 손길 끝에서 다시 마음을 열었던 아이,
조용한 눈빛으로 할배와 영혼의 대화를 나누던 나의 작은 수행자.
녀석은 제 삶 한구석을 송두리째 도려낸 듯한 아픔으로 남습니다.
쉽게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고, 안타까운 마음을 아무리 눌러앉히려 해도
가슴 깊은 곳에서 매마른 눈물이 차오릅니다.

이제 이 할배가 호수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은,
그저 두 손을 모으고 마음을 담아 염원의 기도를 올려주는 것뿐입니다.
호수야, 차갑고 험한 산중에 외롭게 남겨두었던 네 마지막 고통과 공포는 이제
이 할배가 가슴 깊이 품고 삭혀낼 테니, 너는 그저 나쁜 액운을 다 벗어던지고
가볍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날아가거라.

전생의 못다 한 인연과 이 생에서 겪었던 파양의 상처,
보리 언니에게 양보하며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조용한 마음들까지
모두 이 바람에 날려 보내렴.

다음 생에는 부디 넉넉하고 따뜻한 좋은 집안의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사랑받는 아이로 태어나 무럭무럭 잘 자라고 훌륭하게 성장하여, 네 그 조용하고 기품 있는 성품대로 세상을 밝히는 높고 훌륭한 수행자가 되기를 바란다.

이 생에서 우리가 나누었던 이토록 맑고 애틋한 교감의 고리가 밑거름이 되어,
다음 생에는 모든 생명을 아우르고 치유하는 높고 숭고한 영혼으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이다.

호수를 배웅하는 이 길은 비록 눈물과 안타까움으로 얼룩져 있지만, 녀석이
우리에게 남겨준 5년간의 따뜻했던 기억과 보석 같은 눈빛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보리 뒤에서 꽁지를 말고 슬그머니 도망치던 그 애처롭고 정겨운 모습, 할배를
바라보던 그 아득하고 깊은 눈망울은 제 가슴속에, 그리고 녀석을 진심으로
사랑해준 수많은 구독자님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입니다.

그동안 보리 언니 그늘에 가려진 호수를 더 많이 보듬어주시고, 녀석을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해 주신 모든 구독자님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제 호수를 제 마음속 가장 따뜻하고 조용한 해탈랜드에 편안히 묻어두려 합니다.

부디 녀석의 영혼이 차가운 올무의 기억을 잊고 평온한 안식에 들기를,
그리고 언젠가 더 좋은 인연, 더 높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깊은 애도의 마음을 올립니다.

호수야, 할배에게 와주어서 고마웠다.

참 많이 사랑했던 할배가 호수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