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snsrank
회원가입

그 남자의 시 - #07 | 동전 | 닳아도, 당신 앞에서는 굴러갑니다 (Ver.2)

살림온도
구독자 2,430명
조회수 131회 · 좋아요 4 · 2026-08-31 📊 채널 정보 보기 ▶ 유튜브

지금 보고 있는 영상

그 남자의 시 - #07 | 동전 | 닳아도, 당신 앞에서는 굴러갑니다 (Ver.2)
조회수 131
영상 설명 · 눌러서 펼치기
〈동전〉 | 그 남자의 시 - 07

닳고 닳아 작아져도
내가 굴러간 자리에는
깊고 또렷한 자취 하나 남기면서
내 길을 가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당신 앞에서 굴러가고 있을 테니까요.

※ 이 곡은 기존 〈동전〉을 다른 보컬과 감정으로 다시 담은 Version 2입니다.

시의 원문과 작가의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담았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시의 해설

동전

이 시는 겉으로 보면 동전을 소재로 한 짧은 사랑의 시처럼 보이지만, 조금 깊이 들어가 보면 삶을 대하는 태도와 한 사람의 존재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보아야 합니다.

특히 제목인 동전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전은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첫 부분에서 세상이 둥글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서 둥글다는 것은 단순히 지구가 둥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난 마음만으로는 안 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누군가는 세상이 둥글어서 싫다고 합니다.

자신은 모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세상은 자꾸 둥글게 굴러가니 그 틈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깨끗한 눈에 이끼처럼 끼어 있는 한숨이라는 표현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눈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인데 그 눈에 이끼가 낀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오랜 피로와 체념이 쌓였다는 뜻으로 봐야합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세상이 싫은 것이 아니라 세상과 자신의 방식이 맞지 않는 것이 괴로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다른 선택을 합니다.

둥글다는 가치 안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세상에 굴복하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이 둥글게 돌아가는 방식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그래서 바로 오백원짜리 커다란 톱니바퀴와 일원짜리 밋밋한 동전이 등장합니다.

여기가 이 시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처음에는 오백원짜리 커다란 톱니바퀴처럼 힘 있고 뚜렷한 존재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닳아 결국 일원짜리 동전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삶도 그렇습니다.

젊었을 때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이루고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 것처럼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진 것도 줄어들고 몸도 닳고 명예도 희미해집니다.

그런데 그것을 실패라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닳아가는 과정 자체를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큰 동전이었느냐가 아니라 내가 굴러간 자리에 어떤 자취를 남겼느냐입니다.

그래서 내가 굴러갔던 자리에 깊고 또렷한 자취 하나를 남기면서 내 길을 가겠다고 합니다.

이 한 구절 때문에 이 시가 단순한 연애시에서 삶의 시로 확장됩니다.

나는 세상에서 큰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나간 자리만큼은 분명하게 남기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뒤를 따라오기만 하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조금 독특한 사랑의 방식이 있습니다.

앞에서 끌고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당신을 대신해서 살아주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내 길을 먼저 굴러갈 테니 당신은 그 길을 따라오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에 반전이 생깁니다.

자신의 자취를 '깊고 우울한 자취'라고 표현합니다.

자신이 살아온 흔적에는 밝고 아름다운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처와 실패와 외로움과 후회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깊고 우울한 자취를 당신의 둥근 마음으로 덮어주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둥근 마음은 단순히 착한 마음이 아닙니다.

자신의 모난 부분과 상처까지 받아들여 줄 수 있는 포용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시의 의미가 완전히 뒤집힙니다.

나는 당신 앞에서 일원짜리 동전이 되겠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오백원짜리 큰 톱니바퀴였던 존재가 이제는 닳아빠진 일원짜리 동전이 됩니다.

그런데 이것은 자신을 낮추는 자기비하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 앞에서 모든 사회적 가치와 크기를 내려놓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세상에서는 오백원이 일원보다 가치가 크지만 사랑에서는 그런 가치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소중하다면 일원짜리 동전이어도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겨자씨만큼 작아져도 괜찮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존재의 크기와 존재의 가치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있는겁니다.

사람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존재인가와 누군가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분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여전히라는 표현이 이 시의 핵심입니다.

여

전

히

나는 당신 앞에서 굴러가고 있을 테니까요.

동전은 멈추지 않고 굴러갑니다.

닳으면 닳을수록 작아지고 표면의 문양도 사라지지만, 그것이 굴러가는 한 존재의 운동은 계속됩니다.

그래서 마지막의 굴러간다는 말은 단순히 이동한다는 뜻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닳을 것입니다.

나는 작아질 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들도 하나씩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 앞에서는 여전히 살아서 움직이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읽으면 마지막 문장이 상당히 애틋해집니다.

이 시에서 사랑은 서로를 소유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흔적을 받아주는 관계입니다.

나는 내 길을 가면서 흔적을 남기고 당신은 그 흔적을 둥근 마음으로 덮어줍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 앞에서 끝까지 굴러갑니다


결국 이 시에서 동전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고, 굴러감은 삶이며, 자취는 관계 속에서 남겨지는 존재의 흔적이고, 둥근 마음은 그 흔적을 받아주는 사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