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snsrank
회원가입

어깨에 걸친 자기 살껍질, 얼굴도 빈 손도 그대로 | 마르코 다그라테 「살가죽이 벗겨진 성 바르톨로메오」

제국 해부학
구독자 1.8만명
조회수 1,923회 · 좋아요 47 · 참여율 2.44% · 2026-08-26 📊 채널 정보 보기 ▶ 유튜브

지금 보고 있는 영상

어깨에 걸친 자기 살껍질, 얼굴도 빈 손도 그대로 | 마르코 다그라테 「살가죽이 벗겨진 성 바르톨로메오」
조회수 1,923
영상 설명 · 눌러서 펼치기
밀라노 대성당 안팎에는 조각이 3400점 넘게 서 있습니다. 그중에 사람들이 유독 걸음을 멈추는 게 하나 있어요. 멀리서 보면 그냥 천을 두른 노인입니다. 가까이 가면 표정이 바뀝니다. 그가 두른 게 옷이 아니거든요. 자기 몸에서 벗겨져 나온 살가죽입니다. 어깨에 한 번 걸쳐서 등을 타고 흘러내려 발밑까지 늘어져 있고, 거기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접힌 얼굴도, 손가락 다섯 개가 달린 속이 빈 손도 함께 늘어져 있어요. 천이 아니라 사람 한 겹입니다.

몸에는 피부가 없습니다. 가슴부터 배까지 근육이 한 가닥씩 갈라진 채 드러나 있고, 결이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가 다 보입니다. 허벅지 근육이 무릎으로 모여드는 자리, 종아리를 감고 내려가는 힘줄, 팔꿈치 안쪽에서 손목까지 이어지는 혈관까지 새겨져 있어요. 그런데 성인을 기리는 상이라면 몸속까지 이렇게 파고들 이유가 없습니다. 근육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힘줄이 뼈에 어디서 붙는지는 순교를 기리는 데 필요한 정보가 아니니까요.

이 조각이 세워지기 19년 전, 책 한 권이 나왔습니다.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가 쓴 「인체의 구조」, 파브리카입니다. 그때까지 유럽 의학은 천 년 넘게 갈레노스를 권위로 삼고 있었는데, 갈레노스가 갈라 본 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었습니다. 베살리우스는 사람을 직접 갈라서 보고, 본 대로 그려서 냈어요. 책에 실린 200장 넘는 그림은 의사가 아니라 화가들이 그린 것이었고, 근육을 한 겹씩 벗겨 낸 몸이 서 있고 걷는 자세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 무렵 미술가 수련에는 가죽 벗긴 몸을 그려 보는 과정이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프랑스말로 에코르셰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조각에서 정작 오래 남는 건 발밑입니다. 좌대에 라틴어 두 줄이 새겨져 있어요. 나를 만든 건 프락시텔레스가 아니라 마르코 다그라테다. 프락시텔레스는 1800년 전에 죽은 고대 그리스 조각가입니다. 조각가들은 보통 이름을 받침대 구석에 작게 숨기거나 아예 안 넣습니다. 미켈란젤로도 평생 이름을 새긴 작품이 피에타 하나뿐이었어요. 그런데 다그라테는 사람들이 올려다보려고 서는 바로 그 자리에 두 줄을 새겨 놓았습니다. 46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이 조각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몸을 숙여 발밑을 들여다봅니다. 거기 적힌 이름을 읽으려고요.

00:00 대성당에서 걸음이 멈추는 조각
00:42 피부가 없는 몸
01:16 걷어 낸 껍질은 어디로 갔나
02:16 그는 누구인가 — 열두 제자 바르톨로메오
03:14 가죽 한 장이 그의 표지가 되다
03:42 그런데 하나가 걸린다
04:06 베살리우스 「인체의 구조」, 1543년
05:47 이 조각이 서 있는 자리
06:45 좌대에 새겨진 라틴어 두 줄
07:59 460년이 지난 지금도

■ 참고 자료
· 밀라노 두오모 공식 — 작품 개요, 해부 표현, 처음엔 성당 밖에 있다가 16세기 마지막 사분기에 안으로 옮겨졌다는 기록
· Google Arts & Culture / Veneranda Fabbrica del Duomo di Milano — 좌대 명문 원문 "NON ME PRAXITELES SED MARC(US) FINXIT AGRATIS"
· 영어 위키백과 「Marco d'Agrate」 — 조각가의 생애(c.1504~c.1574), 파르마·산 로렌초·파비아 체르토사 작업, 1556년 파비아의 같은 성인상
· Kun Hwang, "Skinned St. Bartholomew before (1541) and after (1556, 1562) Fabrica (1543)", The Anatomical Record 305(1), 2022, pp. 5–7
· Britannica 「Andreas Vesalius」 ·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LM) — 1543년 바젤 출간, 스물아홉, 갈레노스가 사람 아닌 영장류를 해부했다는 점, 200장 넘는 목판화, 상업적 성공과 거센 비판
· Britannica 「écorché」 · 프릭 컬렉션 — 가죽 벗긴 몸 그리기가 미술가 수련의 정식 과정으로 자리 잡은 경위
· 영어 위키백과 「Bartholomew the Apostle」 · 황금전설 — 아르메니아 순교 전승, 폴리미오 왕의 개종과 아스티아게스, 죽음의 방식에 여러 판본이 있다는 서술
· 밀라노 두오모 공식 — 1386년 초석, 1387년 칸돌리아 채석장 양도와 무상 수송, 조각 3400점 · 첨탑 135개
· 영어 위키백과 「The Last Judgment (Michelangelo)」 — 1925년 이후 살가죽의 얼굴이 미켈란젤로 자화상으로 받아들여진 것과 해석이 갈린다는 점
· chiesadimilano.it — 2024~25년 복원, 표면 침착물 제거 후 신경과 근육 다발이 또렷해졌다는 보도

■ 알려 두는 것
· 순교 이야기는 성경이 아니라 후대 전승입니다. 황금전설 자체가 죽음의 방식에 여러 판본이 있다고 적고 있어, 영상에서도 한쪽으로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 다그라테가 「파브리카」를 보고 이 조각을 깎았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영상에서도 연도 순서까지만 말했습니다.
· 미켈란젤로가 왜 자기 얼굴을 살가죽에 넣었는지는 지금도 해석이 갈립니다.
· 조각이 성당 안으로 옮겨진 정확한 연도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자료에 "16세기 마지막 사분기"까지만 나와 있습니다.
· 복원을 마친 조각은 대성당 성가대 뒤쪽(레트로코로)에 새로 마련된 자리에 있습니다.

■ 이미지
위키미디어 커먼즈 공개 이미지(CC BY-SA · CC BY · CC0) ·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인체의 구조」(1543) 웰컴 컬렉션 CC BY 4.0
촬영자 표기는 영상 안에 컷마다 넣었습니다.

명화의 비밀은 한 점의 작품에서 시작해, 그 작품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까지 따라갑니다.
다음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시려면 구독과 알림 설정을 부탁드립니다.
영상이 마음에 드셨다면 좋아요를, 궁금한 점이나 다르게 보시는 부분은 댓글로 남겨 주세요.

#명화의비밀 #마르코다그라테 #살가죽이벗겨진성바르톨로메오 #밀라노대성당 #두오모 #베살리우스 #파브리카 #에코르셰 #르네상스조각 #미술사 #명화의비밀 — 어깨에 두른 게 옷이 아니라 자기 살가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