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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문고리를 놓지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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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문고리를 놓지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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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브런즈워커》
1860년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캔버스에 유화 (Oil on canvas)
104cm × 68.5cm
레이디 레버 아트 갤러리

칠흑 같은 검은 군복을 입은 남자와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이 사투는, 단순한 연인들의 다툼이 아니라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눌린 개인의 비극을 상징합니다.

그림의 배경은 1815년 6월, 나폴레옹의 운명을 결정지은 '워털루 전투' 전날 밤입니다. 남자가 입고 있는 옷은 브런즈워크 공국의 전설적인 부대인 '검은 브런즈워커'의 제복입니다. 이들은 나폴레옹에게 나라를 잃고 전사한 공작을 기리기 위해 스스로 검은 상복을 군복으로 택했으며, 모자에는 '승리가 아니면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 문장을 달고 싸웠습니다. 즉, 남자가 이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는 것은 생존 확률이 극히 희박한 사지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여인은 본능적으로 이 이별이 마지막이 될 것임을 직감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오른손을 보십시오. 문고리를 움켜쥔 채 온몸으로 문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반면 남자의 손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문을 열려 합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뒤로하고 국가의 의무와 복수를 위해 죽음의 전장으로 향해야 하는 남자의 고뇌가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밀레이는 이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인의 번쩍이는 새틴 드레스와 남자의 투박한 검은 천의 질감을 소름 끼칠 정도로 대비시켰습니다.

흥미로운 디테일은 배경에 숨겨져 있습니다. 문 뒤쪽 어둠 속에는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는 유명한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이 연인을 갈라놓고 남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장본인이 바로 저 벽 위의 나폴레옹임을 암시하는 장치입니다.

밀레이는 화려한 승리의 기록 뒤에 숨겨진, 이름 없는 연인들의 피눈물을 보여주고 싶어 했습니다. 결국 이 그림 속 남자는 이틀 뒤 워털루 근처에서 전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15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이 그림 앞에서 발길을 멈추는 이유는, 역사가 미처 다 기록하지 못한 '평범한 인간들의 절박한 사랑'이 이 캔버스 속에 영원히 박제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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