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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흉상 앞에서(이용수 시)_낭독 심재영 / 남한산성 유네스코 등재 10주년 기념

조회수 19회 · 좋아요 3 · 2026-01-08 📊 채널 정보 보기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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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흉상 앞에서(이용수 시)_낭독 심재영 / 남한산성 유네스코 등재 10주년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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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흉상 앞에서

이용수

온 누리에 소리 향기 퍼지기에
나 혼자 찾아나섰더니
여기 핀족의 영혼을 일깨워준 대서사시 칼레발라가
교향곡 핀란디아로 울리누나.
쓰러질 듯 일어선 이 민족에게
뚜벅뚜벅 걸을 수 있는 혼을 불어넣은
민족의 영웅 시벨리우스여!
흰 눈 덮인 당신의 흉상 앞에 서서
뛰는 가슴 억누르며
소리 한 번 들려주고 싶으오이다.

다른 민족은 몰라도 아시아와 무관하지 않은 당신들,
다른 음악가는 몰라도 당신만은 알아들을 겁니다.
우리 민족
박속 같이 희디흰 옷 입고
꿋꿋이 살면서 불러온 우리 소리를
이 곳 달 아래 눈빛처럼
가슴이 시린 우리 소리 한 번
들려주고 싶으오이다.

우리 소리 들을라치면
다섯 시간이고 열 시간이고 들을라치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만은
눈 털고 벌떡 일어나
나의 두 손 잡으오리다.
그러나 시벨리우스, 오늘은 어찌하리
내 비록 길 떠난다해도
언젠가 여기 다시 찾아
흰 두루마기에 갓 쓰고 고수 한 분 모셔와
몇 날이고 묵으며 소리 하고 가리이다.

꽃이 자지러지게 피는 날이거나
푸른 호수 춤을 추는 날이거나
오늘 같이 흰 눈 쌓인 날이거나
지구의 끝 스칸디나비아에서
우리 소리 한 번 실컷 하고 가리다.

춘향가도 좋고 흥보가도 좋고
우리 단가는 어떠하며 육자배기 흥타령은 어떠한고
이 곳에서 소리하면 징소리 울리듯
우리 소리 온 누리 퍼져가리다
당신의 핀란디아처럼.


이용수 시집 못다부른 쑥대머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