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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제 강경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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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1회 · 좋아요 2 · 2026-10-18 📊 채널 정보 보기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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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제 강경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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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호는 감격에 취하여 더욱 발개진 그의 볼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덕호의 맘은 선비가 어떠한 요구를 하든지 다 들어 줄 것 같았다. 선비는 물그릇을 들고 불을 가늘게 낮춘 후에 건넌방으로 나왔다. 그리고 목화보 위에 칵 엎디었다. “옥점아!” 그는 처음으로 옥점이를 이렇게 불러보았다. 캄캄한 방 안에 오직 할멈의 코고는 소리가 들릴 뿐이고 잠잠하였다. 그는 옥점의 그 얼굴을 생각하였다. 쌀쌀해 보이던 그 눈과 그 입모습! 사정없이 나가는 대로 말하던 그의 말! 그것도 지금 생각하면 그리워졌다. 동시에 그것이 참일까,
그가 나를 공부시키겠다고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지? 그말이 참일까? 영감님이 술취한 김에 되는 대로 하신 말씀이 아닐까? 온가지 의문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불을 켜고 목화 송이를 고르기 시작하였다.
한 송이 또 한 송이, 흰 목화 송이가 치마 앞에 모일수록 그의 생각도 이 목화 송이와 같이덮이고 또 덮여, 어느 것부터 생각해야 좋을지 몰랐다. 어떡허누? 참말이라면 나는 서울을 가볼까. 그래서 옥점이와 같이 학교에도 다니고, 그러면 그 수놓는 것도 배우게 될 터이지!
하였다. 그때의 그가 부럽게 바라보던 가지가지의 색실 타래가 눈앞에 보이는 듯이 나타났다. 그는 목화 송이를 꼭 쥐고 멍하니 등불을 바라보았다. 서울을 가? 내가 그러면 이 목화는 누가 트나? 그리고 물레질은 누가 하고? 하며 혼곤히 자는 할멈을 돌아보았다. 그때 뜻하지 않은 첫째의 얼굴이 또다시 휙 떠오른다. 그는 머리를 돌리며, 그는 종내 여기서 살려나…….
해가 지고 아득아득해서야 개똥이네 마당질은 끝이 났다. 어둠 속으로 뿌옇게 솟아오른 나락더미! 나락더미를 중심으로 둘러선 농민들은 술에 취한 듯이 흥분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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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 어머니는 코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덕호는 도로 자리에 누우며 이놈들을 더 고생시켜 세상의 법이 어떻다는 것을 알리어 정신을 들려 주렸더니 날은 점점 추워 오고 어서 눈 오기 전에 마당질은 끝내야겠으니 부득이 놓아 주랄 수밖에 별수가 있나! 하고 생각하였다. 더구나 이 가을부터 미곡통제안(米穀統制案)이 실시된다는 말이 있으니 그렇게 되면 곡가도 오를 것이다. 어서 바삐 그놈들의 빚도 현 곡가로 청산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곧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젯밤 주재소에서 자고 난 그들은 오늘 아침 덕호가 가서야 순사부장의 단단한 훈사를 듣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놓여 나오게 되었다. 그들은 나오는 길로 아침밥도 잘 먹지 못하고 곧 타작 마당으로 왔다. 그래서 어젯밤 널어 놓은 짚단이며 나락 헤적인 것을 쓸어 모아 놓고 한편으로는 도급기를 횅횅 돌렸다. 그들은 일을 하니 안 아픈 곳이 없었다. 팔을 놀리면 팔이 아프고 다리를 놀리면 다리가 아팠다. 그리고 허리를 굽힐 수도 없고 목을 임의대로 돌리는 수도 없었다. 하루쯤은 쉬어서 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이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