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호수에서 인생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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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호수에서 인생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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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로 32일 동안 일본 일주를 하고, 호수에서 후지산을 보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시를 통해 인생을 노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 영상을 업로드 합니다.
캠핑카 앞에 펼쳐진 후지산과 호수 그리고 한용운 선생님의 시 18편을 노래로 제작하였습니다.
3,776m 후지산의 노을 지는 찬연한 모습을 1시간 동안 바라보며 시를 감상하는 여유로움을 선사해드립니다.
위인들의 깊은 뜻을 음미하면서 힘든 현대 생활에서 커다란 위안과 새로운 희망을 가지시길 기원합니다.
[Background Music Info]
만해 한용운 님의 시를 바탕으로 제작한 고유 음원입니다.
제작자: 조양곤 (Suno Ai Pro 유료 라이선스 이용)
[00:00] 알 수 없어요
[03:20] 고적한 밤
[05:49] 나의 길
[09:34] 산거
[12:18] 산골 물
[14:35] 산촌의 여름 저녁
[16:34] 이별
[23:04] 길이 막혀
[25:21] 비방
[30:56] 만족
[33:48] 사랑하는 까닭
[36:50] 당신의 마음
[40:19] 낙화
[43:43] 일경초
[46:43]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
[53:46] 님의 침묵
[57:54] 닛꼬의 호수
[58:36] 나는 잊고저
한용운 님의 시를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노래로 제작한 시 18편 모두를 여기에 쓰고 싶지만 글자 수가 5,000자로 제한되어 있어서 일부만 싣습니다.
* 알 수 없어요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고적한 밤 *
하늘에는 달이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죽음인가요?
인생은 잠인가요?
한 가닥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닥은 작은 별에 걸쳤던 님 생각의 금실은 살살살 걷힙니다.
한 손에는 황금의 칼을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꺾던 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 손을 마주잡고 눈물의 속에서 정사한 줄이야 누가 알아요?
우주는 죽음인가요?
인생은 눈물인가요?
인생이 눈물이면
죽음은 사랑인가요?
* 나의 길 *
이 세상에는 길도 많기도 합니다.
산에는 돌길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뱃길이 있습니다. 공중에는 달과 별의 길이 있습니다.
강가에서 낚시질하는 사람은 모래 위에 발자취를 내입니다. 들에서 나물 캐는 여자는 방초를 밟습니다.
악한 사람은 죄의 길을 좇아갑니다.
의 있는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하여는 칼날을 밟습니다.
서산에 지는 해는 붉은 놀을 밟습니다.
봄 아침의 맑은 이슬은 꽃머리에서 미끄럼 탑니다.
그러나 나의 길은 이 세상에 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님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죽음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것은 만일 님의 품에 안기지 못하면, 다른 길은 죽음의 길보다 험하고 괴로운 까닭입니다.
아아! 나의 길은 누가 내었습니까?
아아! 이 세상에는 님이 아니고는 나의 길을 내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길을 님이 내었으면 죽음의 길은 왜 내셨을까요?
* 산거 *
티끌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잊는다 하기에
산을 깎아 집을 짓고
돌을 뚫어 새암을 팠다.
구름은 손인 양하여
스스로 왔다, 스스로 가고
달은 파수꾼도 아니건만
밤을 새워 문을 지킨다.
새소리를 노래라 하고
솔바람을 거문고라 하는 것은
옛사람의 두고 쓰는 말이다.
님 그리워 잠 못 이루는
오고 가지 않는 근심은
오직 작은 베개가 알 뿐이다.
빈 산의 적막이여
어디서 한가한 근심을 가져오는가!
차라리 두견새 소리도 없이
고요히 근심을 가져오는
오오! 빈 산의 적막이여!
* 산골 물 *
산골 물아!
어디서 나서 어디로 가는가?
무슨 일로 그리 쉬지 않고 가는가?
가면 다시 오려는가? 아니 오려는가?
물은 아무 말이 없이
수없이 얼크러진 등나무, 댕댕이, 칡덩굴 속으로
작은 돌은 넘어가고,
큰 바위는 돌아가면서,
쫄쫄, 꼴꼴, 쏴 소리가
양안 청산에 반향한다.
그러면
산에서 나서 바다에 이르는 성공의 비결이 이렇다는 말인가?
물이야 무슨 마음이 있으랴마는
세간의 열패자인 나는
이렇게 설법을 듣노라.
* 산촌의 여름 저녁 *
산 그림자는 집과 집을 덮고
풀밭에는 이슬 기운이 난다.
질동이를 이고, 물긷는 처녀는
걸음걸음 넘치는 물에 귀밑을 적신다.
올감자를 캐어 지고 오는 사람은
서쪽 하늘을 자주 보면서 바쁜 걸음을 친다.
살찐 풀에 배부른 송아지는
게을리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다.
등거리만 입은 아이들은
서로 다투어 나무를 안아들인다.
하나씩 둘씩 들어가는 까마귀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 길이 막혀 *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언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비춥니다.
나의 손길은 왜 그리 짧아서
눈 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트렸습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 놓고 진주로 배 모아요.
오시려도 길이 막혀서 못 오시는 당신이 기루어요.
* 만족 *
세상에 만족이 있느냐? 인생에게 만족이 있느냐?
있다면 나에게도 있으리라.
세상에 만족이 있기는 있지마는 사람의 앞에만 있다.
거리는 사람의 팔 길이와 같고, 속력은 사람의 걸음과 비례가 된다.
만족은 잡을래야 잡을 수도 없고, 버릴래야 버릴 수도 없다.
만족을 얻고 보면 얻은 것은 불만족이요, 만족은 의연히 앞에 있다.
만족은 우자나 성자의 주관적 소유가 아니면 약자의 기대뿐이다.
만족은 언제든지 인생과 수적 평행이다.
나는 차라리 발꿈치를 돌려서 만족의 묵은 자취를 밟을까 하노라.
아아! 나는 만족을 얻었노라.
아지랑이 같은 꿈과 금실 같은 환상이 님 계신 꽃동산에 둘릴 때에 아아! 나는 만족을 얻었노라.
* 사랑하는 까닭 *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 당신의 마음 *
나는 당신의 눈썹이 검고 귀가 갸름한 것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당신이 사과를 따서 나를 주려고, 크고 붉은 사과를 따로 쌀 때에 당신의 마음이 그 사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나는 당신의 둥근 배와 잔나비 같은 허리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당신이 나의 사진과 어떤 여자의 사진을 같이 들고 볼 때에, 당신의 마음이 두 사진의 사이에서 초록빛이 되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나는 당신의 발톱이 희고 발꿈치가 둥근 것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당신이 떠나시려고 나의 큰 보석반지를 주머니에 넣으실 때에, 당신의 마음이 보석반지 너머로 얼굴을 가리고 숨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 낙화 *
떨어진 꽃이 힘없이 대지의 품에 안길 때
애처로운 남은 향기가 어디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가는 바람이 작은 풀과 속삭이는 곳으로 가는 줄을 안다.
떨어진 꽃이 굴러서 알지도 못하는 집의 울타리 사이로 들어갈 때에
쇠잔한 붉은 빛이 어디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부끄러움 많고 새암 많고 미소 많은 처녀의 입술로 들어가는 것을 안다.
떨어진 꽃이 날려서 작은 언덕을 넘어갈 때에
가엾은 그림자가 어디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봄을 빼앗아가는 악마의 발 밑으로 사라지는 줄을 안다.
* 일경초 *
나는 소나무 아래서 놀다가
지팡이로 한 줄기 풀을 부질렀다.
풀은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다.
나는 부러진 풀을 슬퍼한다.
부러진 풀은 영원히 이어지지 못한다.
내가 지팡이로 부질르지 아니하였으면
풀은 맑은 바람에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며
은 같은 이슬에 잠자고 키스도 하리라.
모진 바람과 찬서리에 꺾이는 것이야 어찌하랴마는
나로 말미암아 꺾어진 풀을 슬퍼한다.
사람은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
인인지사 영웅호걸의 죽음을 더욱 슬퍼한다.
나는 죽으면서도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는 한 줄기 풀을 슬퍼한다.
* 님의 침묵 *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시를 통해 인생을 노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 영상을 업로드 합니다.
캠핑카 앞에 펼쳐진 후지산과 호수 그리고 한용운 선생님의 시 18편을 노래로 제작하였습니다.
3,776m 후지산의 노을 지는 찬연한 모습을 1시간 동안 바라보며 시를 감상하는 여유로움을 선사해드립니다.
위인들의 깊은 뜻을 음미하면서 힘든 현대 생활에서 커다란 위안과 새로운 희망을 가지시길 기원합니다.
[Background Music Info]
만해 한용운 님의 시를 바탕으로 제작한 고유 음원입니다.
제작자: 조양곤 (Suno Ai Pro 유료 라이선스 이용)
[00:00] 알 수 없어요
[03:20] 고적한 밤
[05:49] 나의 길
[09:34] 산거
[12:18] 산골 물
[14:35] 산촌의 여름 저녁
[16:34] 이별
[23:04] 길이 막혀
[25:21] 비방
[30:56] 만족
[33:48] 사랑하는 까닭
[36:50] 당신의 마음
[40:19] 낙화
[43:43] 일경초
[46:43]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
[53:46] 님의 침묵
[57:54] 닛꼬의 호수
[58:36] 나는 잊고저
한용운 님의 시를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노래로 제작한 시 18편 모두를 여기에 쓰고 싶지만 글자 수가 5,000자로 제한되어 있어서 일부만 싣습니다.
* 알 수 없어요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고적한 밤 *
하늘에는 달이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죽음인가요?
인생은 잠인가요?
한 가닥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닥은 작은 별에 걸쳤던 님 생각의 금실은 살살살 걷힙니다.
한 손에는 황금의 칼을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꺾던 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 손을 마주잡고 눈물의 속에서 정사한 줄이야 누가 알아요?
우주는 죽음인가요?
인생은 눈물인가요?
인생이 눈물이면
죽음은 사랑인가요?
* 나의 길 *
이 세상에는 길도 많기도 합니다.
산에는 돌길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뱃길이 있습니다. 공중에는 달과 별의 길이 있습니다.
강가에서 낚시질하는 사람은 모래 위에 발자취를 내입니다. 들에서 나물 캐는 여자는 방초를 밟습니다.
악한 사람은 죄의 길을 좇아갑니다.
의 있는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하여는 칼날을 밟습니다.
서산에 지는 해는 붉은 놀을 밟습니다.
봄 아침의 맑은 이슬은 꽃머리에서 미끄럼 탑니다.
그러나 나의 길은 이 세상에 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님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죽음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것은 만일 님의 품에 안기지 못하면, 다른 길은 죽음의 길보다 험하고 괴로운 까닭입니다.
아아! 나의 길은 누가 내었습니까?
아아! 이 세상에는 님이 아니고는 나의 길을 내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길을 님이 내었으면 죽음의 길은 왜 내셨을까요?
* 산거 *
티끌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잊는다 하기에
산을 깎아 집을 짓고
돌을 뚫어 새암을 팠다.
구름은 손인 양하여
스스로 왔다, 스스로 가고
달은 파수꾼도 아니건만
밤을 새워 문을 지킨다.
새소리를 노래라 하고
솔바람을 거문고라 하는 것은
옛사람의 두고 쓰는 말이다.
님 그리워 잠 못 이루는
오고 가지 않는 근심은
오직 작은 베개가 알 뿐이다.
빈 산의 적막이여
어디서 한가한 근심을 가져오는가!
차라리 두견새 소리도 없이
고요히 근심을 가져오는
오오! 빈 산의 적막이여!
* 산골 물 *
산골 물아!
어디서 나서 어디로 가는가?
무슨 일로 그리 쉬지 않고 가는가?
가면 다시 오려는가? 아니 오려는가?
물은 아무 말이 없이
수없이 얼크러진 등나무, 댕댕이, 칡덩굴 속으로
작은 돌은 넘어가고,
큰 바위는 돌아가면서,
쫄쫄, 꼴꼴, 쏴 소리가
양안 청산에 반향한다.
그러면
산에서 나서 바다에 이르는 성공의 비결이 이렇다는 말인가?
물이야 무슨 마음이 있으랴마는
세간의 열패자인 나는
이렇게 설법을 듣노라.
* 산촌의 여름 저녁 *
산 그림자는 집과 집을 덮고
풀밭에는 이슬 기운이 난다.
질동이를 이고, 물긷는 처녀는
걸음걸음 넘치는 물에 귀밑을 적신다.
올감자를 캐어 지고 오는 사람은
서쪽 하늘을 자주 보면서 바쁜 걸음을 친다.
살찐 풀에 배부른 송아지는
게을리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다.
등거리만 입은 아이들은
서로 다투어 나무를 안아들인다.
하나씩 둘씩 들어가는 까마귀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 길이 막혀 *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언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비춥니다.
나의 손길은 왜 그리 짧아서
눈 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트렸습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 놓고 진주로 배 모아요.
오시려도 길이 막혀서 못 오시는 당신이 기루어요.
* 만족 *
세상에 만족이 있느냐? 인생에게 만족이 있느냐?
있다면 나에게도 있으리라.
세상에 만족이 있기는 있지마는 사람의 앞에만 있다.
거리는 사람의 팔 길이와 같고, 속력은 사람의 걸음과 비례가 된다.
만족은 잡을래야 잡을 수도 없고, 버릴래야 버릴 수도 없다.
만족을 얻고 보면 얻은 것은 불만족이요, 만족은 의연히 앞에 있다.
만족은 우자나 성자의 주관적 소유가 아니면 약자의 기대뿐이다.
만족은 언제든지 인생과 수적 평행이다.
나는 차라리 발꿈치를 돌려서 만족의 묵은 자취를 밟을까 하노라.
아아! 나는 만족을 얻었노라.
아지랑이 같은 꿈과 금실 같은 환상이 님 계신 꽃동산에 둘릴 때에 아아! 나는 만족을 얻었노라.
* 사랑하는 까닭 *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 당신의 마음 *
나는 당신의 눈썹이 검고 귀가 갸름한 것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당신이 사과를 따서 나를 주려고, 크고 붉은 사과를 따로 쌀 때에 당신의 마음이 그 사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나는 당신의 둥근 배와 잔나비 같은 허리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당신이 나의 사진과 어떤 여자의 사진을 같이 들고 볼 때에, 당신의 마음이 두 사진의 사이에서 초록빛이 되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나는 당신의 발톱이 희고 발꿈치가 둥근 것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당신이 떠나시려고 나의 큰 보석반지를 주머니에 넣으실 때에, 당신의 마음이 보석반지 너머로 얼굴을 가리고 숨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 낙화 *
떨어진 꽃이 힘없이 대지의 품에 안길 때
애처로운 남은 향기가 어디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가는 바람이 작은 풀과 속삭이는 곳으로 가는 줄을 안다.
떨어진 꽃이 굴러서 알지도 못하는 집의 울타리 사이로 들어갈 때에
쇠잔한 붉은 빛이 어디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부끄러움 많고 새암 많고 미소 많은 처녀의 입술로 들어가는 것을 안다.
떨어진 꽃이 날려서 작은 언덕을 넘어갈 때에
가엾은 그림자가 어디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봄을 빼앗아가는 악마의 발 밑으로 사라지는 줄을 안다.
* 일경초 *
나는 소나무 아래서 놀다가
지팡이로 한 줄기 풀을 부질렀다.
풀은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다.
나는 부러진 풀을 슬퍼한다.
부러진 풀은 영원히 이어지지 못한다.
내가 지팡이로 부질르지 아니하였으면
풀은 맑은 바람에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며
은 같은 이슬에 잠자고 키스도 하리라.
모진 바람과 찬서리에 꺾이는 것이야 어찌하랴마는
나로 말미암아 꺾어진 풀을 슬퍼한다.
사람은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
인인지사 영웅호걸의 죽음을 더욱 슬퍼한다.
나는 죽으면서도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는 한 줄기 풀을 슬퍼한다.
* 님의 침묵 *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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