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는 똥값이 됐는데 일본 오토바이 왜 가격 안내리냐? 박무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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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는 똥값이 됐는데 일본 오토바이 왜 가격 안내리냐? 박무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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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 엔화.... 830원대 까지 떨어졌었고 금일 포스팅 사진 추가하면서 확인한 엔화 가격이다(10.18일 10시경). 846원... 그야말로 똥값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역대 최저 엔화 덕분에 10월 연휴동안 내 주변에서도 일본여행 엄청나게 가는것을 목격했다...
가서 바이크 용품 직접 사서 복귀한단다. 1:1 원화 환산 비율로 한다면 100만원 썻을때 무려 15만원이 이득이니 나도 기회가 있으면 쿠스타니 용품점 가서 싹 쓸어오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엔화가 이렇게나 떨어졌는데 한국에서 판매하는 일본 오토바이 가격은 왜 내려가지 않는 걸까?
혼다,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 일본을 대표하는 4대 모터사이클 제조사들이다.
물론 일본 브랜드라고 해서 모든 오토바이를 일본에서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것은 이제 라이더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인도 등 해외 생산기지에서 만들어지는 모델도 많다.
그렇다면 진짜 일본에서 생산하는 오토바이들은 어떨까?
혼다 골드윙, 스즈키 하야부사등 4기통 머신들, 가와사키 ZX-10R 같은 녀석들 말이다.
일본에서 만들어서 한국으로 가져오는 물건인데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면 당연히 가격도 내려가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 문제를 조금만 깊게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일본은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비롯해 온갖 기계장치를 만들어 내는 나라지만 정작 그 물건들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는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철광석은 호주와 브라질에서 수입하고, 알루미늄과 구리를 비롯한 각종 비철금속 역시 해외 원료와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원유와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자원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오토바이를 직접 생산한다고 해서 그 오토바이를 만드는 철과 알루미늄까지 일본 땅에서 나오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원자재 가격이 그대로라는 가정하에 엔화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 무려 36% 넘게 증가한 것이다.
물론 오토바이 제조원가 전체가 36% 오른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원자재 수입가격이 올라가면 제철회사와 소재 가공업체부터 영향을 받고, 그 부담이 부품 제조업체를 거쳐 완성차 제조사까지 전달될 수 있다.
일본 제조사들이 엔저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엔저가 일본 제조사에 무조건 불리한 것도 아니다.
해외에 오토바이를 수출하고 달러로 대금을 받는다면 엔화로 환산한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다. 결국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와 원자재 및 에너지 수입에 사용하는 외화 중 어느 쪽의 영향이 더 큰지가 중요하다.
여기에 해외 생산 비중과 부품 조달구조까지 고려하면 제조사마다 상황은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엔저가 지속되는데도 일본 오토바이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무작정 수입사를 비난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일본 현지의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그 부담 때문에 판매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이미 생산이 끝난 재고차량은 이야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일본 현지에 200만 엔짜리 오토바이가 재고로 남아 있다고 가정해 보자.
100엔당 1,100원이던 시절에는 원화로 2,200만원이 필요했지만 900원이 되면 1,800만원이면 된다.
무려 40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물론 일본 제조사가 공급가격을 조정하거나 달러로 거래한다면 실제 매입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엔화로 매입하는 기존 재고라면 한국 수입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 새로 생산하는 차량은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제조원가가 높아질 수 있지만, 과거에 생산해 놓은 차량은 이미 생산원가가 확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엔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구매 대상은 신차 생산분보다 기존 재고차량일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 바이크 용품점들을 보면서 또 하나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엔저 덕분에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났다.
바이크 용품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일본 현지에서 헬멧이나 각종 라이딩 장비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할인 행사라도 팍팍 벌여서 후딱 다 팔아치우는 게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득일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일본의 바이크 용품점들을 살펴보면 생각과는 조금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할인 행사를 줄이거나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세일하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띈다.
손님이 몰려오는데 왜 물건을 싸게 팔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해가 간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을 얼마에 팔 수 있느냐보다 그 물건을 팔아버린 다음 얼마에 다시 사 올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가령 어떤 용품점이 헬멧 하나를 2만 엔에 매입해서 3만 엔에 판매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예전에는 재고를 빨리 처분하기 위해 20% 할인 판매를 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엔저 때문에 다음에 들어올 헬멧의 매입가격이 2만 5천 엔으로 올라간다면?
기존 재고를 2만 4천 엔에 팔아버리면 다음 물건을 들여오는 데 오히려 돈을 더 보태야 한다.
당장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다음 물건을 얼마에 가져올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문제를 대체원가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얼마에 샀느냐보다 그 물건을 다시 채워 넣으려면 얼마가 필요하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필자도 저 대체원가에 직격을 맞은적이 있다.
당장 올해 까지만 해도 원 달러 비율이 1600원 가까이 솟았던 적이 있는데 주요 제품들이 불가피하게 가격상승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졌고 오른 가격의 물건들을 받아야해 말아야해... 기존 재고들 팔지말고 한 반년 묵혔다가 팔까? 이런 생각을 실제로 했었던 것이다.
물론 실제로 일본 용품점들이 할인 판매를 줄인 이유가 전부 엔저 때문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엔저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판매점들이 이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한국인들은 엔저 덕분에 일본에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고 좋아하는데 정작 일본의 판매점들은 다음 물건을 확보할 비용 때문에 할인 판매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내가 더 흥미롭게 보는 부분은 지금의 엔저보다 그다음에 찾아올 상황이다.
언젠가 엔화 가치가 다시 상승한다면 일본 제조사들은 어떻게 될까?
엔저가 장기간 지속되는 동안 원자재 가격과 부품 납품단가가 상승하고, 제조사들이 그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판매가격을 올렸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갑자기 엔고가 찾아온다면?
(장기적인 엔저, 장기적인 엔고 둘다 결코 좋지 않은 상황.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일본 바이크 기업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달러 매출의 엔화 환산액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이미 높아진 국내 인건비와 협력업체 납품단가가 하루아침에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엔고가 되면 수입 원자재 가격도 낮아질 수 있으니 반드시 손해를 본다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일본 제조사들이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환율 자체보다 그사이에 달라진 세계 모터사이클 시장일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일본 제조사들이 상당수 장르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혼다,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라는 이름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줄 수 있었고 실제로 그만한 기술력과 품질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중국 제조사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산 오토바이와 중국산 오토바이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로 취급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4기통 스포츠바이크부터 대배기량 어드벤처, 크루저에 이르기까지 중국 제조사들이 일본 제조사들과 직접 경쟁하는 모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일본 제조사들이 신경 써야 할 나라는 중국만이 아니다.
인도도 있다.
사실 인도는 중국보다 더 오래전부터 세계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막강한 생산 규모를 자랑하던 나라다. 히어로 모토코프와 바자즈, TVS 같은 제조사들은 엄청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해외시장까지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바자즈는 KTM과 트라이엄프의 중소형 모델 생산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TVS 역시 BMW 모토라드와 협력해 중소형 모터사이클을 생산해 왔다.
이게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과거에는 일본 제조사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이제는 인도 제조사들이 유럽 브랜드와 협력하면서 생산기술과 상품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로열엔필드도 빼놓을 수 없다.
한때는 낡은 기술을 고집하는 복고풍 오토바이 제조사 정도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350cc부터 650cc급까지 세계 여러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이 다기통 엔진과 전자장비, 고성능 모델을 앞세워 일본 제조사들을 압박한다면 인도 제조사들은 엄청난 생산 규모와 원가 경쟁력, 그리고 유럽 브랜드와의 협업을 무기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인도 역시 원유와 여러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임금 구조와 생산 생태계, 내수시장의 규모가 다르다.
더구나 중국과 인도 제조사들이 성장하는 동안 일본 제조사들은 장기적인 엔저에 따른 원가 상승과 향후 환율 반전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일본 제조사들이 당장 무너질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혼다와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가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기술력과 제조 경험은 여전히 막강하다.
다만 예전에는 일본 제조사들이 경쟁자를 골라 상대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중국과 인도 제조사들이 일본 제조사들의 주력 시장으로 직접 들어오고 있다.
일본 오토바이 가격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이런 역대 최저 엔화 덕분에 10월 연휴동안 내 주변에서도 일본여행 엄청나게 가는것을 목격했다...
가서 바이크 용품 직접 사서 복귀한단다. 1:1 원화 환산 비율로 한다면 100만원 썻을때 무려 15만원이 이득이니 나도 기회가 있으면 쿠스타니 용품점 가서 싹 쓸어오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엔화가 이렇게나 떨어졌는데 한국에서 판매하는 일본 오토바이 가격은 왜 내려가지 않는 걸까?
혼다,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 일본을 대표하는 4대 모터사이클 제조사들이다.
물론 일본 브랜드라고 해서 모든 오토바이를 일본에서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것은 이제 라이더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인도 등 해외 생산기지에서 만들어지는 모델도 많다.
그렇다면 진짜 일본에서 생산하는 오토바이들은 어떨까?
혼다 골드윙, 스즈키 하야부사등 4기통 머신들, 가와사키 ZX-10R 같은 녀석들 말이다.
일본에서 만들어서 한국으로 가져오는 물건인데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면 당연히 가격도 내려가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 문제를 조금만 깊게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일본은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비롯해 온갖 기계장치를 만들어 내는 나라지만 정작 그 물건들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는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철광석은 호주와 브라질에서 수입하고, 알루미늄과 구리를 비롯한 각종 비철금속 역시 해외 원료와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원유와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자원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오토바이를 직접 생산한다고 해서 그 오토바이를 만드는 철과 알루미늄까지 일본 땅에서 나오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원자재 가격이 그대로라는 가정하에 엔화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 무려 36% 넘게 증가한 것이다.
물론 오토바이 제조원가 전체가 36% 오른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원자재 수입가격이 올라가면 제철회사와 소재 가공업체부터 영향을 받고, 그 부담이 부품 제조업체를 거쳐 완성차 제조사까지 전달될 수 있다.
일본 제조사들이 엔저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엔저가 일본 제조사에 무조건 불리한 것도 아니다.
해외에 오토바이를 수출하고 달러로 대금을 받는다면 엔화로 환산한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다. 결국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와 원자재 및 에너지 수입에 사용하는 외화 중 어느 쪽의 영향이 더 큰지가 중요하다.
여기에 해외 생산 비중과 부품 조달구조까지 고려하면 제조사마다 상황은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엔저가 지속되는데도 일본 오토바이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무작정 수입사를 비난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일본 현지의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그 부담 때문에 판매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이미 생산이 끝난 재고차량은 이야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일본 현지에 200만 엔짜리 오토바이가 재고로 남아 있다고 가정해 보자.
100엔당 1,100원이던 시절에는 원화로 2,200만원이 필요했지만 900원이 되면 1,800만원이면 된다.
무려 40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물론 일본 제조사가 공급가격을 조정하거나 달러로 거래한다면 실제 매입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엔화로 매입하는 기존 재고라면 한국 수입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 새로 생산하는 차량은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제조원가가 높아질 수 있지만, 과거에 생산해 놓은 차량은 이미 생산원가가 확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엔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구매 대상은 신차 생산분보다 기존 재고차량일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 바이크 용품점들을 보면서 또 하나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엔저 덕분에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났다.
바이크 용품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일본 현지에서 헬멧이나 각종 라이딩 장비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할인 행사라도 팍팍 벌여서 후딱 다 팔아치우는 게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득일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일본의 바이크 용품점들을 살펴보면 생각과는 조금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할인 행사를 줄이거나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세일하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띈다.
손님이 몰려오는데 왜 물건을 싸게 팔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해가 간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을 얼마에 팔 수 있느냐보다 그 물건을 팔아버린 다음 얼마에 다시 사 올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가령 어떤 용품점이 헬멧 하나를 2만 엔에 매입해서 3만 엔에 판매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예전에는 재고를 빨리 처분하기 위해 20% 할인 판매를 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엔저 때문에 다음에 들어올 헬멧의 매입가격이 2만 5천 엔으로 올라간다면?
기존 재고를 2만 4천 엔에 팔아버리면 다음 물건을 들여오는 데 오히려 돈을 더 보태야 한다.
당장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다음 물건을 얼마에 가져올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문제를 대체원가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얼마에 샀느냐보다 그 물건을 다시 채워 넣으려면 얼마가 필요하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필자도 저 대체원가에 직격을 맞은적이 있다.
당장 올해 까지만 해도 원 달러 비율이 1600원 가까이 솟았던 적이 있는데 주요 제품들이 불가피하게 가격상승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졌고 오른 가격의 물건들을 받아야해 말아야해... 기존 재고들 팔지말고 한 반년 묵혔다가 팔까? 이런 생각을 실제로 했었던 것이다.
물론 실제로 일본 용품점들이 할인 판매를 줄인 이유가 전부 엔저 때문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엔저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판매점들이 이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한국인들은 엔저 덕분에 일본에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고 좋아하는데 정작 일본의 판매점들은 다음 물건을 확보할 비용 때문에 할인 판매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내가 더 흥미롭게 보는 부분은 지금의 엔저보다 그다음에 찾아올 상황이다.
언젠가 엔화 가치가 다시 상승한다면 일본 제조사들은 어떻게 될까?
엔저가 장기간 지속되는 동안 원자재 가격과 부품 납품단가가 상승하고, 제조사들이 그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판매가격을 올렸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갑자기 엔고가 찾아온다면?
(장기적인 엔저, 장기적인 엔고 둘다 결코 좋지 않은 상황.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일본 바이크 기업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달러 매출의 엔화 환산액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이미 높아진 국내 인건비와 협력업체 납품단가가 하루아침에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엔고가 되면 수입 원자재 가격도 낮아질 수 있으니 반드시 손해를 본다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일본 제조사들이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환율 자체보다 그사이에 달라진 세계 모터사이클 시장일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일본 제조사들이 상당수 장르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혼다,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라는 이름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줄 수 있었고 실제로 그만한 기술력과 품질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중국 제조사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산 오토바이와 중국산 오토바이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로 취급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4기통 스포츠바이크부터 대배기량 어드벤처, 크루저에 이르기까지 중국 제조사들이 일본 제조사들과 직접 경쟁하는 모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일본 제조사들이 신경 써야 할 나라는 중국만이 아니다.
인도도 있다.
사실 인도는 중국보다 더 오래전부터 세계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막강한 생산 규모를 자랑하던 나라다. 히어로 모토코프와 바자즈, TVS 같은 제조사들은 엄청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해외시장까지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바자즈는 KTM과 트라이엄프의 중소형 모델 생산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TVS 역시 BMW 모토라드와 협력해 중소형 모터사이클을 생산해 왔다.
이게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과거에는 일본 제조사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이제는 인도 제조사들이 유럽 브랜드와 협력하면서 생산기술과 상품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로열엔필드도 빼놓을 수 없다.
한때는 낡은 기술을 고집하는 복고풍 오토바이 제조사 정도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350cc부터 650cc급까지 세계 여러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이 다기통 엔진과 전자장비, 고성능 모델을 앞세워 일본 제조사들을 압박한다면 인도 제조사들은 엄청난 생산 규모와 원가 경쟁력, 그리고 유럽 브랜드와의 협업을 무기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인도 역시 원유와 여러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임금 구조와 생산 생태계, 내수시장의 규모가 다르다.
더구나 중국과 인도 제조사들이 성장하는 동안 일본 제조사들은 장기적인 엔저에 따른 원가 상승과 향후 환율 반전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일본 제조사들이 당장 무너질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혼다와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가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기술력과 제조 경험은 여전히 막강하다.
다만 예전에는 일본 제조사들이 경쟁자를 골라 상대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중국과 인도 제조사들이 일본 제조사들의 주력 시장으로 직접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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