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헐었다고 흉봤더니 파도가 압류해 갔습니다, 무인도 절벽 아래 기적의 보급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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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헐었다고 흉봤더니 파도가 압류해 갔습니다, 무인도 절벽 아래 기적의 보급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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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날입니다.
황도 역시 북쪽 갯바위는 하얀 백파가 무섭게 부서져 내리기에, 바람을 피해 비교적 잔잔한 남쪽으로 피신하듯 내려왔습니다.
거친 바다와 달리 섬의 남쪽 언덕에는 가을이 깊어갑니다.
보랏빛 꽃향유와 노란 감국, 바닷바람을 이겨낸 해국과 산부추꽃까지 제법 예쁘게 피어나 눈을 위로해 줍니다.
남쪽이라 바람은 덜했지만, 만조 시각이 가까워지자 묵직한 너울파도가 갯바위 깊숙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안전하게 한참이나 뒤로 물러나 자리를 잡았다 싶었는데, 예고 없이 덮친 큰 너울파도가 물기를 빼려고 세워둔 장화를 순식간에 덮쳤습니다.
다급히 손을 뻗어 한 짝은 간신히 붙잡았지만, 나머지 한 짝은 성난 파도가 기어이 집어삼키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장화를 두고 헌 거다, 크다, 헐었다며 투정 섞인 말을 했던 게 바다 귀신 귀에 들어가 빈정이 상했나 봅니다. 아예 두 짝 모두 압류해 가려던 것을 겨우 한 짝만 지켰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큰 너울파도를 뒤집어쓰고 나니 도저히 낚시를 이어갈 수 없어, 물에 빠진 생쥐 모양으로 급히 낚싯대를 접고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젖은 옷을 벗어내고, 장화가 남은 한쪽 발은 맨발로 신고, 잃어버린 오른쪽 발에는 양말 두 겹을 겹쳐 신은 뒤 그 위에 비닐을 감싸 단단히 묶었습니다.
하지만 집까지 가는 길은 실거리나무, 망개나무, 산딸기, 찔레나무, 산초나무 등 온갖 억센 가시나무들이 뒤엉켜 있는 험로입니다. 비닐 한 장에 의지해 이 가시밭길을 무사히 걸어갈 수 있을지 심히 막막해졌습니다.
고민 끝에 평소 깊은 골짜기에 해양쓰레기가 밀려와 모이는 절벽 아래로 조심스레 내려가 보았습니다.
다행히 눈에 띈 슬리퍼 한 짝. 다가가 보니 야속하게도 왼쪽입니다.
지금 절실한 건 오른쪽이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닙니다. 왼쪽이면 또 어떻습니까, 당장 날카로운 가시에 발바닥만 찔리지 않으면 그만이지요.
그렇게 짝 안 맞는 슬리퍼를 신어보며 모양새를 살피는데, 기적처럼 그 옆에서 장화 한 짝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신어보니 치수가 한참 작아 발가락을 잔뜩 구부려야 겨우 발이 들어갑니다.
그래도 이만하면 대만족입니다.
한 짝은 뺏어가고, 한 짝은 절벽 아래에서 다시 내어주는 황도의 짓궂은 바다 덕분에 오늘도 두 발 성히 집으로 편히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황도 역시 북쪽 갯바위는 하얀 백파가 무섭게 부서져 내리기에, 바람을 피해 비교적 잔잔한 남쪽으로 피신하듯 내려왔습니다.
거친 바다와 달리 섬의 남쪽 언덕에는 가을이 깊어갑니다.
보랏빛 꽃향유와 노란 감국, 바닷바람을 이겨낸 해국과 산부추꽃까지 제법 예쁘게 피어나 눈을 위로해 줍니다.
남쪽이라 바람은 덜했지만, 만조 시각이 가까워지자 묵직한 너울파도가 갯바위 깊숙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안전하게 한참이나 뒤로 물러나 자리를 잡았다 싶었는데, 예고 없이 덮친 큰 너울파도가 물기를 빼려고 세워둔 장화를 순식간에 덮쳤습니다.
다급히 손을 뻗어 한 짝은 간신히 붙잡았지만, 나머지 한 짝은 성난 파도가 기어이 집어삼키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장화를 두고 헌 거다, 크다, 헐었다며 투정 섞인 말을 했던 게 바다 귀신 귀에 들어가 빈정이 상했나 봅니다. 아예 두 짝 모두 압류해 가려던 것을 겨우 한 짝만 지켰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큰 너울파도를 뒤집어쓰고 나니 도저히 낚시를 이어갈 수 없어, 물에 빠진 생쥐 모양으로 급히 낚싯대를 접고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젖은 옷을 벗어내고, 장화가 남은 한쪽 발은 맨발로 신고, 잃어버린 오른쪽 발에는 양말 두 겹을 겹쳐 신은 뒤 그 위에 비닐을 감싸 단단히 묶었습니다.
하지만 집까지 가는 길은 실거리나무, 망개나무, 산딸기, 찔레나무, 산초나무 등 온갖 억센 가시나무들이 뒤엉켜 있는 험로입니다. 비닐 한 장에 의지해 이 가시밭길을 무사히 걸어갈 수 있을지 심히 막막해졌습니다.
고민 끝에 평소 깊은 골짜기에 해양쓰레기가 밀려와 모이는 절벽 아래로 조심스레 내려가 보았습니다.
다행히 눈에 띈 슬리퍼 한 짝. 다가가 보니 야속하게도 왼쪽입니다.
지금 절실한 건 오른쪽이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닙니다. 왼쪽이면 또 어떻습니까, 당장 날카로운 가시에 발바닥만 찔리지 않으면 그만이지요.
그렇게 짝 안 맞는 슬리퍼를 신어보며 모양새를 살피는데, 기적처럼 그 옆에서 장화 한 짝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신어보니 치수가 한참 작아 발가락을 잔뜩 구부려야 겨우 발이 들어갑니다.
그래도 이만하면 대만족입니다.
한 짝은 뺏어가고, 한 짝은 절벽 아래에서 다시 내어주는 황도의 짓궂은 바다 덕분에 오늘도 두 발 성히 집으로 편히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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