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만큼 중요한 '함께 정하는 규칙' [심층기획] / EBS뉴스 2026. 0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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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만큼 중요한 '함께 정하는 규칙' [심층기획] / EBS뉴스 2026. 0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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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우리 아이들의 스마트폰, 못 쓰게 하자니 갈등이고 마음껏 쓰게 두자니 걱정입니다.
EBS가 청소년들에게 직접 물었더니, 아이들 스스로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강하게 막느냐보다,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규칙을 어떻게 만드느냐일 텐데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정하는 가정과, 학생들이 직접 머리를 맞댄 학교를 송성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교가 끝난 뒤 초등학교 3학년 설아네 집.
엄마와 내일 받아쓰기 시험을 준비하던 순간, 스마트폰 알람이 집중을 깹니다.
가방에 다시 넣어보지만 금세 알람이 다시 설아를 부릅니다.
"아니 이거 먼저 하라고, 설아야. 지금 이거 먼저 하고 놀아. 핸드폰 내려놓고."
설아에게 스마트폰이 생긴 건 두 달 전, 걸스카우트에서 부모 없이 놀이공원에 가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사용 시간과 앱을 정하고 저녁 8시면 잠기게 해, 주로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거나 게임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엄마에겐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설아가 자기도 메신저앱을 깔아달라고 한 겁니다.
인터뷰: 오설아 / 초등학교 3학년
"처음에는 엄마가 이모티콘 받는 거랑 이모티콘 있는 거 보니까 그냥 그런 게 귀여워서 하고 싶었고 그리고 애들도 다 있으니까 단톡방도 만들고 싶고…."
인터뷰: 박선영 / 설아 엄마
"아이들이 이제 3, 4학년 지나면서부터 특히 여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되게 예민해지고 감성적이에요. 1 대 1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그 안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아이가 상처가 될 수 있고 이런 문제들이 많은 것 같아서…."
설아네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EBS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 571명에게 물었더니, 3명 중 2명(66.2%)은 초등학교 때 SNS나 메신저를 처음 썼다고 답했습니다.
친구 사이에서도 SNS는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친구 관계에 SNS나 메신저가 '필요하다' 또는 '필수'라고 답한 청소년은 10명 중 8명에 달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서면 SNS 이용이 크게 느는데, 아이들이 가장 자주 여는 앱은 단연 인스타그램입니다.
인터뷰: 박채은 / 중학교 2학년
"카톡, 메시지, 전화보다 인스타 인앱으로 사용할 수 있는 DM이라든지 거기서 하는 전화, 영상 통화 이런 거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친구들이 뭐 릴스라든가 그런 걸 보니까 이제 인스타에 있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요."
좋아할 만한 영상을 알고리즘이 쉼 없이 골라 주고, 화면을 밀어 올리기만 하면 다음 영상이 이어집니다.
한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게 짜인, 이른바 중독 설계입니다.
인터뷰: 유호현 토블AI 대표 / 전 엑스 엔지니어
"청소년들이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에 매일매일 쓰고 자란 세대다. 그러면 나중에 인스타그램은 그냥 내 생활의 일부인 거고. 나중에 온보딩이라고 그러죠. 새로 설치하게 할 필요도 없고. 그냥 기본으로 깔리는 거죠, 인생에."
이렇게 SNS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아이들의 일상은 어떨까.
SNS에서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기분이 가라앉는 일이 잦은 아이일수록, 스스로 매긴 행복 점수는 뚜렷하게 낮았습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해야 할 일이나 잠을 뒤로 미루는 일도 함께 늘었습니다.
뇌가 한창 자라나는 시기, 미디어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 집중력과 학업, 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전 세계에서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해국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강력한 자극을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야 되는데 이때 강력한 인위적 자극에 과도하게 노출이 되게 되면 결국은 전전두엽의 브레이크 기능이 성숙이 안 되면서 그러니까 브레이크 없이 엑셀레이터만 가지고 있는 그런 뇌 기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로 성장하게 되는 거죠."
청소년들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폰을 그만 내려놓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많은 아이들이 "나도 줄여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문제는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규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과제로 남습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어떨까.
경기도 평택에 있는 이 고등학교는 수업 시간에만 폰을 내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필요한 학생이 가져가는 규정을 쓰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폰프리스쿨 정책에 따라, 지금 이 규정을 유지할지, 아니면 등교 때 전부 걷을지를 두고 학생자치회가 머리를 맞댔습니다.
"자율적으로 받는 거에서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선생님 명령에 따르지 않고 따로 핸드폰을 숨겨서 몰래 쓰는 친구가 있습니다."
"저희 과 특성상 일단 촬영을 해야 하는 일이 많기도 하고 저희가 현재 독립 영화를 촬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촬영을 해야 하는 시간이 많고…."
오랜 토론 끝에 학생들은 지금 규칙을 유지하되, 지켜지지 않으면 등교 때 모두 걷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자율을 누리는 만큼 책임도 스스로 지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경미 2학년 / 경기 청담고등학교
"저희가 내린 결론이고 저희가 하고 싶은 거니까 그럼 저희가 책임 있게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인터뷰: 곽의근 학생인권부장 / 경기 청담고등학교
"학생과 학생이 서로 감시한다기보다는 "서로를 믿고 너 낼 거지 나도 낼 거야 그러면 우리 이 규정 유지할 수 있어 우리가 내지 않으면 이 규정 없어져" 이런 문화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설아네 집.
학교에서 학생들이 규칙을 직접 정했다면, 이 집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답을 찾아갑니다.
저녁시간, 가족이 둘러앉아 스마트폰 규칙을 정하는 가족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번에는 부모가 정해서 알려주는 대신, 온 가족이 함께 규칙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늘리고 싶어? 얼마 정도, 45분? 어떻게 생각해?"
"좋아."
"그래 아빠가 말없이 줄였으니까 중간으로 다시 타협을 해 보자."
설아에게는 시간을 45분으로 조금 더 주고, 대신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는 가족 모두 스마트폰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스마트폰 대신 서로를 마주하던 저녁으로 돌아가는 일.
기대만큼 걱정도 앞섭니다.
"그러면 어떤 게 좋을까?"
"그러니까 대안이 없네. 옛날에 휴대폰 없을 때는 뭘 했었던 것 같은데 그걸 잊어버린 것 같아 뭘 했는지를."
스마트폰 없는 일상을 떠올리기조차 어려워진 지금.
일방적으로 막는 규칙이 아니라, 함께 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규칙을 만드는 일.
학교와 가정 모두에게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선영 / 설아 엄마
"가장 사용량이 많았던 남편이 달라져서 저희 집에 많은 변화가 오지 않을까 저는 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거든요.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모여서 아이들한테 더 많은 기억을 주고 싶어요. 그렇게 지내보고 싶어요."
EBS뉴스 송성환입니다.
[EBS 뉴스12]
우리 아이들의 스마트폰, 못 쓰게 하자니 갈등이고 마음껏 쓰게 두자니 걱정입니다.
EBS가 청소년들에게 직접 물었더니, 아이들 스스로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강하게 막느냐보다,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규칙을 어떻게 만드느냐일 텐데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정하는 가정과, 학생들이 직접 머리를 맞댄 학교를 송성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교가 끝난 뒤 초등학교 3학년 설아네 집.
엄마와 내일 받아쓰기 시험을 준비하던 순간, 스마트폰 알람이 집중을 깹니다.
가방에 다시 넣어보지만 금세 알람이 다시 설아를 부릅니다.
"아니 이거 먼저 하라고, 설아야. 지금 이거 먼저 하고 놀아. 핸드폰 내려놓고."
설아에게 스마트폰이 생긴 건 두 달 전, 걸스카우트에서 부모 없이 놀이공원에 가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사용 시간과 앱을 정하고 저녁 8시면 잠기게 해, 주로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거나 게임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엄마에겐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설아가 자기도 메신저앱을 깔아달라고 한 겁니다.
인터뷰: 오설아 / 초등학교 3학년
"처음에는 엄마가 이모티콘 받는 거랑 이모티콘 있는 거 보니까 그냥 그런 게 귀여워서 하고 싶었고 그리고 애들도 다 있으니까 단톡방도 만들고 싶고…."
인터뷰: 박선영 / 설아 엄마
"아이들이 이제 3, 4학년 지나면서부터 특히 여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되게 예민해지고 감성적이에요. 1 대 1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그 안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아이가 상처가 될 수 있고 이런 문제들이 많은 것 같아서…."
설아네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EBS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 571명에게 물었더니, 3명 중 2명(66.2%)은 초등학교 때 SNS나 메신저를 처음 썼다고 답했습니다.
친구 사이에서도 SNS는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친구 관계에 SNS나 메신저가 '필요하다' 또는 '필수'라고 답한 청소년은 10명 중 8명에 달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서면 SNS 이용이 크게 느는데, 아이들이 가장 자주 여는 앱은 단연 인스타그램입니다.
인터뷰: 박채은 / 중학교 2학년
"카톡, 메시지, 전화보다 인스타 인앱으로 사용할 수 있는 DM이라든지 거기서 하는 전화, 영상 통화 이런 거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친구들이 뭐 릴스라든가 그런 걸 보니까 이제 인스타에 있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요."
좋아할 만한 영상을 알고리즘이 쉼 없이 골라 주고, 화면을 밀어 올리기만 하면 다음 영상이 이어집니다.
한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게 짜인, 이른바 중독 설계입니다.
인터뷰: 유호현 토블AI 대표 / 전 엑스 엔지니어
"청소년들이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에 매일매일 쓰고 자란 세대다. 그러면 나중에 인스타그램은 그냥 내 생활의 일부인 거고. 나중에 온보딩이라고 그러죠. 새로 설치하게 할 필요도 없고. 그냥 기본으로 깔리는 거죠, 인생에."
이렇게 SNS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아이들의 일상은 어떨까.
SNS에서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기분이 가라앉는 일이 잦은 아이일수록, 스스로 매긴 행복 점수는 뚜렷하게 낮았습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해야 할 일이나 잠을 뒤로 미루는 일도 함께 늘었습니다.
뇌가 한창 자라나는 시기, 미디어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 집중력과 학업, 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전 세계에서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해국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강력한 자극을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야 되는데 이때 강력한 인위적 자극에 과도하게 노출이 되게 되면 결국은 전전두엽의 브레이크 기능이 성숙이 안 되면서 그러니까 브레이크 없이 엑셀레이터만 가지고 있는 그런 뇌 기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로 성장하게 되는 거죠."
청소년들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폰을 그만 내려놓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많은 아이들이 "나도 줄여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문제는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규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과제로 남습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어떨까.
경기도 평택에 있는 이 고등학교는 수업 시간에만 폰을 내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필요한 학생이 가져가는 규정을 쓰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폰프리스쿨 정책에 따라, 지금 이 규정을 유지할지, 아니면 등교 때 전부 걷을지를 두고 학생자치회가 머리를 맞댔습니다.
"자율적으로 받는 거에서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선생님 명령에 따르지 않고 따로 핸드폰을 숨겨서 몰래 쓰는 친구가 있습니다."
"저희 과 특성상 일단 촬영을 해야 하는 일이 많기도 하고 저희가 현재 독립 영화를 촬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촬영을 해야 하는 시간이 많고…."
오랜 토론 끝에 학생들은 지금 규칙을 유지하되, 지켜지지 않으면 등교 때 모두 걷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자율을 누리는 만큼 책임도 스스로 지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경미 2학년 / 경기 청담고등학교
"저희가 내린 결론이고 저희가 하고 싶은 거니까 그럼 저희가 책임 있게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인터뷰: 곽의근 학생인권부장 / 경기 청담고등학교
"학생과 학생이 서로 감시한다기보다는 "서로를 믿고 너 낼 거지 나도 낼 거야 그러면 우리 이 규정 유지할 수 있어 우리가 내지 않으면 이 규정 없어져" 이런 문화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설아네 집.
학교에서 학생들이 규칙을 직접 정했다면, 이 집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답을 찾아갑니다.
저녁시간, 가족이 둘러앉아 스마트폰 규칙을 정하는 가족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번에는 부모가 정해서 알려주는 대신, 온 가족이 함께 규칙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늘리고 싶어? 얼마 정도, 45분? 어떻게 생각해?"
"좋아."
"그래 아빠가 말없이 줄였으니까 중간으로 다시 타협을 해 보자."
설아에게는 시간을 45분으로 조금 더 주고, 대신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는 가족 모두 스마트폰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스마트폰 대신 서로를 마주하던 저녁으로 돌아가는 일.
기대만큼 걱정도 앞섭니다.
"그러면 어떤 게 좋을까?"
"그러니까 대안이 없네. 옛날에 휴대폰 없을 때는 뭘 했었던 것 같은데 그걸 잊어버린 것 같아 뭘 했는지를."
스마트폰 없는 일상을 떠올리기조차 어려워진 지금.
일방적으로 막는 규칙이 아니라, 함께 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규칙을 만드는 일.
학교와 가정 모두에게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선영 / 설아 엄마
"가장 사용량이 많았던 남편이 달라져서 저희 집에 많은 변화가 오지 않을까 저는 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거든요.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모여서 아이들한테 더 많은 기억을 주고 싶어요. 그렇게 지내보고 싶어요."
EBS뉴스 송성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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