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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바보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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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05회 · 좋아요 3 · 2026-08-09 📊 채널 정보 보기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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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바보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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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학 시절, 박사 학위 과정 학생으로 저를 받아주신 지도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메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교수님을 학문의 스승을 넘어 아버지처럼 깍듯이 모시겠다고 다짐하는 메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장을 보내 주셨습니다. "너는 나의 학생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나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러니 우리 서로 바보가 되자."
아버지를 모시듯 깍듯이 섬기겠다는 제게 오히려 당신의 자리를 한없이 낮추시며 건넨 그 말씀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참된 지혜와 배움이란 스스로를 바보라고 여길 줄 아는 마음, 즉 자신을 온전히 비워내는 겸손에서 비롯된다는 값진 교훈을 제 마음에 깊이 새겨 주었습니다.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줄로 생각하거든 어리석은 자가 되라 그리하여야 지혜로운 자가 되리라”(고전 3:18)는 성경의 가르침처럼 말입니다.
이 따스하고 강렬한 기억은 자신의 삐뚤삐뚤한 자화상 아래에 굳이 '바보야'라고 덧붙여 적으셨던 고 김수환 추기경의 인자한 미소를 떠올리게 합니다. 세상 모든 이가 그분을 가장 지혜롭고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로 우러러보았지만, 정작 스스로는 '예수님을 온전히 닮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한 바보'라며 자신을 한없이 낮추셨던 분입니다.
추기경께서는 생전에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여행이 세상에서 가장 길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곧 지식과 이성으로 가득 찬 오만한 '스승의 자리'를 온전히 비워내고, 기꺼이 자신을 낮추어 따뜻한 가슴으로 서로를 대하라는 간절한 당부일 것입니다.
제자에게서조차 배우려 했던 지도 교수님의 “우리 서로 바보가 되자”는 제안은, 김수환 추기경이 평생 실천하셨던 '서로의 발을 씻겨주는 사랑'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다 안다고 자만하는 ‘스승의 정신’이 아니라, 기꺼이 배우려는 ‘바보의 정신’으로 살아갈 때, 참되고 지혜로운 인생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똑똑한 세상'은 언제나 차갑고 고독합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한계와 부족함을 고백하며 매일 자신을 비워내는 '바보들의 세상'에서는 우리 모두가 서로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인생의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영국 지도 교수님의 메일과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바보 정신’은 오늘날 여전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많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스승이 되는 그 낮은 자리에서, 오늘 하루도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바보로 살아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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