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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 - 황혼의 엘레지 (1954)

주현미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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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 - 황혼의 엘레지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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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이야기

가을이라는 계절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로 평가받는 가수가 최양숙 선배님인데요. 성악적인 발성과 샹송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갖추고 있었던 최양숙 선배님은 쓸쓸함이 묻어나는 우아하고 가늘게 떨리는 맑은 음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 2학년 때 중앙방송국의 합창단원으로 입단했던 최양숙 선배님은 해병대 의장대원들과 함께 한국예술사절단의 일원으로 해외 공연을 떠나던 해군 항공모함에서 ‘고엽’이라는 샹송을 불렀는데, 망망대해 배 위에서 반주없이 불렀던 이 노래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요. 이 일을 계기로 방송국에서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 ‘어느 하늘 아래서’의 주제가를 불러 달라는 제
안을 받는데, 그 곡이 바로 조남사 선생님이 가사를 쓰고, 손석우 선생님이 작곡한 ‘눈이 내리네’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드라마 주제가로만 쓰이고, 정작 앨범은 발매되지 못했는데요. 당시 서울대 음대 학장이었던 현제명 선생님이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이 대중가요를 발표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결국 ‘눈이 내리네’는 ‘눈이 내리는데’라는 제목으로 ‘블루벨즈’와 ‘한명숙’ 선배님의 목소리로 앨범이 나오게 되었죠.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시만 해도 명문대생이 대중가요 가수로 활동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양숙 선배님은 졸업을 하면서 방송국 합창단 활동을 그만두고 모교인 서울예고의 음악교사로 교단에 섰지만, 노래에 대한 열망을 포기할 수 없었고요. 결국 1년만에 교편을 접고 ‘예그린 합창단’에서 활동하는데요. 예그린 합창단이 해체되었을 때, 최양숙 선배님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표한 첫 노래가 바로 ‘황혼의 엘레지’입니다. ‘황혼의 엘레지’는 최양숙 선배님의 매력을 대중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킨 명곡인데요. 최양숙 선배님의 개성과 강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던 박춘석 선생님은 ‘황혼의 엘레지’를 아름다운 샹송풍으로 편곡해서 최양숙 선배님에게 건넸구요. 이 노래는 최양숙 선배님의 정체성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린 명곡으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마로니에 나뭇잎에 잔별이 지면
정열에 불이 타던 첫사랑의 시절
영원한 사랑 맹세하던 밤
아, 흘러간 꿈 황혼의 엘레지

황혼이 되면 지금도 가슴을 파는
상처에 아픈 마음 다시 새로워
눈물을 먹고 이별하던 밤
아, 흘러간 꿈 황혼의 엘레지”

‘황혼의 엘레지’는 박춘석 선생님의 안타까운 첫사랑이 응축된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1954년 미8군 장교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박춘석 선생님은 연극배우이자 가수로 무대에서 노래하는 이해주 선배님을 남몰래 사모했는데요.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노래한 이해연 선배님의 동생이었던 이해주 선배님에게 '페기 리'를 닮았다고 해서 '백일희'라는 예명을 지어준 사람도 박춘석 선생님이었고요. 1954년, 백일희 선배님을 위해서 박춘석 선생님이 처음으로 작사 작곡한 노래가 바로 '황혼의 엘레지'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랑은 이뤄지지 못했고, 백일희 선배님이 무대에서 노래한 '황혼의 엘레지'는 앨범으로 녹음되지 못했는데요. 이뤄지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달래면서 박춘석 선생님은 1955년에 직접 이 노래를 취입했고요. 1964년, 최양숙 선배님을 만나면서 자신이 아끼고 사랑했던 이 노래를 샹송풍의 스탠더드 팝으로 편곡해서 아름다운 명곡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고독한 황혼의 풍경을 한폭의 그림처럼 그려낸 최양숙 선배님의 세련된 감성은 노래를 감상하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고, 이 곡이 대히트하면서 1966년, 제2회 TBC방송가요대상 여자가수상을 수상했는데요. 이후, 박춘석 선생님과 협업 하면서 에디뜨 삐아프의 명곡을 비롯한 여러 샹송들을 우리 정서에 맞게 번안해서 소개했고요. 가을이면 생각나는 목소리로 최양숙 선배님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지금까지도 우리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비록 이뤄지지 못했지만, 백일희 선배님에게 바쳤던 박춘석 선생님의 아름다운 사랑 노래이자, 최양숙 선배님의 세련된 감성으로 빛을 발하면서 쓸쓸하고 애틋한 진심이 마음을 감싸는 ‘황혼의 엘레지’.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지나간 옛 사랑을 추억하며, 왠지 허전해지는 마음을 이 곡으로 달래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