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 피어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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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피어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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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피어난 가을
구절초
石田 김경배
산 아래 흰 꽃들이
가을의 문장을 펼친다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면
꽃잎마다 작은 파문이 생기고
노란 꽃술 하나씩
저녁의 중심을 밝힌다
먼 산은 말이 없고
구름은 능선을 천천히 지운다
밭고랑 사이
지난 계절의 흙이 드러나고
꽃들은 그 곁에서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핀다
먼저 피려 하지 않고
늦게 피었다고 서러워하지 않는다
흔들리는 줄기마다
흔들림의 무게를 달고
기울어진 꽃은
다시 하늘 쪽으로 몸을 세운다
한 송이가 피고
또 한 송이가 피고
어느새 들판 하나가
하얀 침묵으로 차오른다
산은 그대로인데
가까워진 것은 마음이다
가을은 말없이
한 송이 꽃을 건네고
그 꽃을 받아 든 자리에서
지난날도 조용히 피어난다.
구절초의 계절
石田 김경배
산비탈 낮은 곳에
하얀 불씨들이 번진다
누가 켜 놓았는지
아무도 모르는 등불
한 송이
두 송이
바람이 셀수록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꽃잎은 흔들리면서도
꽃술 하나 놓치지 않는다
멀리 능선 위
구름 한 장 걸려 있고
밭고랑에는
마른 흙의 시간이 누워 있다
지난여름의 뜨거움도
지난밤의 이슬도
꽃잎 한 장에 닿아
말없이 사라진다
구절초는
계절을 재촉하지 않는다
피어야 할 때 피고
져야 할 때 진다
아무리 작은 꽃도
제 몫의 가을을 품는다
흰 꽃 사이로
노란 중심이 환하다
세상은 자꾸
큰 것을 말하지만
가을 들판은
작은 것들의 힘으로 빛난다
한 송이가 흔들리고
천 송이가 함께 흔들린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다시 고요가 앉는다
산은 멀리 있고
꽃은 발끝에 있다
먼 곳을 바라보다가
가장 가까운 것을 놓치지 말라는 듯
구절초 한 송이
저녁 햇살 속에서
끝내 아무 말 없이
가을을 완성한다.
〈秋菊〉
山下白花開 산하백화개
秋風過野來 추풍과야래
黃心明夕日 황심명석일
遠嶺入雲隈 원령입운외
土畦藏舊暖 토휴장구난
花影落蒼苔 화영락창태
一枝無語立 일지무어립
滿地是秋懷 만지시추회
石田 김경배
산 아래 흰 꽃 피고
가을바람 들판을 지난다.
노란 꽃술 저녁 햇살 밝히고
먼 산 능선 구름 속에 잠긴다.
밭고랑에는 지난 온기 남고
꽃 그림자 푸른 이끼에 내린다.
한 가지 말없이 서 있으니
온 들판이 가을 마음이다.
[돌 틈의 구절초]
作詞 김경배
돌에 닿으면 옆으로 돌아
흙이 막으면 비집고 간다
작은 틈 하나 찾아서
뿌리 끝을 밀어 넣는다
한 줄은 깊이 깊이 내려가고
한 줄은 돌 곁을 돌아가네
꺾이면 다시 일어나
구절초 꽃을 피워내네
아하하 구절초야
돌 틈에도 꽃이 피네
빙글빙글 돌아가며
끝내 길을 찾아가네
에헤라 구절초야
흙을 뚫고 올라오네
넘어져도 다시 솟는
구절초야 구절초야
단단한 돌 만나면 돌아
눌린 흙 만나면 밀고
가느다란 뿌리 하나
또 하나로 갈라진다
젖은 흙을 꼭 붙잡고
돌의 모서리를 감아가며
작은 틈을 크게 열어
초록 줄기 올려놓네
아하하 구절초야
돌 틈에도 꽃이 피네
돌아 돌아 돌아가도
꽃 피울 길 찾아가네
에헤라 구절초야
흙을 뚫고 올라오네
한 송이가 또 한 송이
가을 들판 밝혀주네
막힌 길은 끝이 아니고
굽은 길도 길이라네
깊이 내린 뿌리 끝에서
새로운 길 태어나네
아하하 구절초야
돌보다 더 질긴 꽃아
바람 불면 흔들려도
뿌리는 놓지 않는다
에헤라 구절초야
가을 들판 피는 꽃아
돌 하나를 돌아서
또 하나의 꽃을 피우네
아하하 구절초야
구절초야 구절초야
돌과 흙 사이에서도
끝내 꽃은 피어나네
구절초
石田 김경배
산 아래 흰 꽃들이
가을의 문장을 펼친다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면
꽃잎마다 작은 파문이 생기고
노란 꽃술 하나씩
저녁의 중심을 밝힌다
먼 산은 말이 없고
구름은 능선을 천천히 지운다
밭고랑 사이
지난 계절의 흙이 드러나고
꽃들은 그 곁에서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핀다
먼저 피려 하지 않고
늦게 피었다고 서러워하지 않는다
흔들리는 줄기마다
흔들림의 무게를 달고
기울어진 꽃은
다시 하늘 쪽으로 몸을 세운다
한 송이가 피고
또 한 송이가 피고
어느새 들판 하나가
하얀 침묵으로 차오른다
산은 그대로인데
가까워진 것은 마음이다
가을은 말없이
한 송이 꽃을 건네고
그 꽃을 받아 든 자리에서
지난날도 조용히 피어난다.
구절초의 계절
石田 김경배
산비탈 낮은 곳에
하얀 불씨들이 번진다
누가 켜 놓았는지
아무도 모르는 등불
한 송이
두 송이
바람이 셀수록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꽃잎은 흔들리면서도
꽃술 하나 놓치지 않는다
멀리 능선 위
구름 한 장 걸려 있고
밭고랑에는
마른 흙의 시간이 누워 있다
지난여름의 뜨거움도
지난밤의 이슬도
꽃잎 한 장에 닿아
말없이 사라진다
구절초는
계절을 재촉하지 않는다
피어야 할 때 피고
져야 할 때 진다
아무리 작은 꽃도
제 몫의 가을을 품는다
흰 꽃 사이로
노란 중심이 환하다
세상은 자꾸
큰 것을 말하지만
가을 들판은
작은 것들의 힘으로 빛난다
한 송이가 흔들리고
천 송이가 함께 흔들린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다시 고요가 앉는다
산은 멀리 있고
꽃은 발끝에 있다
먼 곳을 바라보다가
가장 가까운 것을 놓치지 말라는 듯
구절초 한 송이
저녁 햇살 속에서
끝내 아무 말 없이
가을을 완성한다.
〈秋菊〉
山下白花開 산하백화개
秋風過野來 추풍과야래
黃心明夕日 황심명석일
遠嶺入雲隈 원령입운외
土畦藏舊暖 토휴장구난
花影落蒼苔 화영락창태
一枝無語立 일지무어립
滿地是秋懷 만지시추회
石田 김경배
산 아래 흰 꽃 피고
가을바람 들판을 지난다.
노란 꽃술 저녁 햇살 밝히고
먼 산 능선 구름 속에 잠긴다.
밭고랑에는 지난 온기 남고
꽃 그림자 푸른 이끼에 내린다.
한 가지 말없이 서 있으니
온 들판이 가을 마음이다.
[돌 틈의 구절초]
作詞 김경배
돌에 닿으면 옆으로 돌아
흙이 막으면 비집고 간다
작은 틈 하나 찾아서
뿌리 끝을 밀어 넣는다
한 줄은 깊이 깊이 내려가고
한 줄은 돌 곁을 돌아가네
꺾이면 다시 일어나
구절초 꽃을 피워내네
아하하 구절초야
돌 틈에도 꽃이 피네
빙글빙글 돌아가며
끝내 길을 찾아가네
에헤라 구절초야
흙을 뚫고 올라오네
넘어져도 다시 솟는
구절초야 구절초야
단단한 돌 만나면 돌아
눌린 흙 만나면 밀고
가느다란 뿌리 하나
또 하나로 갈라진다
젖은 흙을 꼭 붙잡고
돌의 모서리를 감아가며
작은 틈을 크게 열어
초록 줄기 올려놓네
아하하 구절초야
돌 틈에도 꽃이 피네
돌아 돌아 돌아가도
꽃 피울 길 찾아가네
에헤라 구절초야
흙을 뚫고 올라오네
한 송이가 또 한 송이
가을 들판 밝혀주네
막힌 길은 끝이 아니고
굽은 길도 길이라네
깊이 내린 뿌리 끝에서
새로운 길 태어나네
아하하 구절초야
돌보다 더 질긴 꽃아
바람 불면 흔들려도
뿌리는 놓지 않는다
에헤라 구절초야
가을 들판 피는 꽃아
돌 하나를 돌아서
또 하나의 꽃을 피우네
아하하 구절초야
구절초야 구절초야
돌과 흙 사이에서도
끝내 꽃은 피어나네